본문 바로가기

아파트 고분양가 어떻게 봐야할까?

흥인 2024. 5. 31.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3.3m2 당 전국 평균 분양가가 2000만 원에 다다랐다고 한다. 3고 악재(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영향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하락하고 있는 부동산 시세를 감안하면 전혀 다른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하락기에는 분양가도 기존과  비슷하거나 낮아져야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히 '분양가가 이렇게 비싼데 누가 분양받겠어?'라고 생각하며 지나쳐 버릴 수 있지만 왜 이런 고분양가의 아파트들이 전국에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지 원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원인을 이해하면, 현재 분양가가 적정한지 판단해 보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스스로의 기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경

고분양가의 원인

1. 토지 비용 상승: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늘어난 유동성이 투자자산으로 이동하였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시세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부동산 상승장에 건설사는 비싼 가격에 토지를 구입했고, 이는 현재 공급되는 아파트 건설 원가 중 토지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건설 비용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 비용 증가는 결국 현재 신규공급 아파트의 고분양가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건축비용 증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축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은 코로나 이후 고물가, 고환율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토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이 최근 3년간 78,800원에서 112,000원으로 42%나 급등했다고 한다. 레미콘(32% 상승)과 골재(36% 상승)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해 건축비용 상승을 견인했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시장 대기 수요자들의 기대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상승한 것도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영장, 사우나 시설과 같은 고급 커뮤니티 시설, 고급 마감재, 공원 같은 단지 내 조경 등 예비 입주자들의 요구사항이 많이 높아져 건설 비용이 계속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4년 2월 주거용 건물 건설비 지수가 2015년을 100%라고 할 시 현재 154.81%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건설사의 원가율이 90%를 넘는다고 한다. 인건비 역시 분양가 상승의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건설노임단가(대한건설협회)'가 지난 10년간 2배가 올랐다고 한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건설현장의 특성(원가의 30~40%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인건비 역시 건설원가 상승을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3.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우리나라 주택보급율은 100%를 넘어섰지만, 누구나 살고 싶은 좋은 위치의 신축아파트는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 수도권, 대도시 지역의 주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선호도 높은 신규 주택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들의 경우 신규주택공급을 위한 택지가 굉장히 부족하고, 인허가부터 착공 후 완공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좋은 입지에 신규주택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는 많을 수밖에 없다. 수요는 많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결국 건설사에서 고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게 될 수 밖에 없다.

4. 정부 규제 및 정책: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및 정책이 오히려 분양가 상승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건설현장에 안전시설투자가 늘고, 안전 관리 인력이 충원되고 있어 관련비용이 늘고 있다. 안전한 건설현장은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건설비용도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예로, 작년 12월에 국토부에서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어서, 이 역시 건설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 공동주택을 기준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물을 적용할 예정이어서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건설비용이 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분양가로 인한 영향

1. 주택 구매자의 부담 증가: 고분양가는 주택 구매자, 특히 첫 주택 구매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높은 초기 비용과 대출 부담으로 인해 주택 구매가 어려워지고, 이는 전체적인 주거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부동산 시장의 과열: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부동산 불황기로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아파트 시세가 신규공급 분양가 상승의 영향으로 더 많이 하락하지 않게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가 아파트 매매 시세의 기준으로 작용해 주변에 있는 기존아파트의 시세를 끌어올리거나 하방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소수의 사례가 아닌, 계속적인 분양가 상승은 부동산 하락장에 관망하고 있는 여러 관계자들에게 부동산 시세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 줄 수 있다. 이는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다시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결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

3. 경제적 불평등 심화: 고분양가는 일반 서민, 저소득층이 좋은 입지로 진입하는 것 제한하고, 고소득층만이 고가의 좋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주거 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또한, 좋은 입지의 주택은 부동산 경기 회복 시 더 큰 폭으로 시세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향후 자산가치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고분양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현재의 고분양가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앞서 언급한 건설원가 상승 원인을 고려하면, 대기 수요가 많은 좋은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앞으로도 낮아질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건설업체는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손해를 보면서 원가 이하로 분양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고, 향후에 건설원가 하락의 요인이 발생하더라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양가 이하로 공급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완공 시까지 3~4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분양 물건을 최대한 해소하면 되고, 그 사이 부동산 상승장이 온다면 더 쉽게 완판 시킬 수 있으니 지금 당장 고분양가 논란을 겪더라도 충분히 취해 볼 수 있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코로나 이후 늘어난 유동성이 다 회수되지 않아 언제든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갈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가 건재하고, 조만간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대기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미국의 금리인하가 가시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반등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불확실 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재의 고분양가 아파트는 일반 서민입장에서는 청약하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면 오히려 같은 입지의 주변 기존 구축 아파트와 비교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5월 31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부산 연산동 양정 롯데캐슬프론티어(이하 A)의 경우 국평 기준 평균 분양가가 약 8억~9억 선이다. 2027년 3월 입주예정으로, 2025년 3월 입주예정인 바로 인근 양정 자이더샵SK뷰(이하 B)와 비교해 볼 수 있다. 입지적으로는 전자가 조금 더 앞선다는 평이 많지만, 주변 인프라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교해 볼만하다. 현재 B의 실거래가는 국평기준 약 7억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자산이니, 연평균 물가상승률 3% 적용한다면,  A가 입주하는 2년 후에는 B의 대략적인 시세는 7억 x 1.06%=7억 4천2백이다. A의 입지가 B보다 우수하니 약간의 프리미엄을 얹어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두 곳 다 1군 건설사에 대단지이며, 두 곳이 앞뒤로 맞닿아 있는 것을 고려해 볼 때, 개인적으로 분양가 기준 A가 B보다 1억 이상 프리미엄이 발생할지는 의문이다. 약간의 프리미엄이 더 붙인다고 해도 분양가가 8억 선 정도가 적정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라 A의 분양가가 적정한 것이라면, B가 입주를 앞두고 매물량이 늘어 일시적으로 시세가 눌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두경우 모두 상대적으로 B를 선택하는 것이 향후 더 많은 시세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에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비교는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여러 변수들을 배제하고, 정말 단순하게 두 아파트를 비교해 본 것일 뿐이다. 부동산의 시세는 시장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이런 예측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부족하나마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적절한지 간단하게 기준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분양가가 높은 곳에 청약을 고려한다면, 입지, 주변 아파트 시세, 공동생활권역에 포함되는 주변 지역의 입주 및 분양물량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비교 검토해서 고분양가가 수긍할 만한 수준인지 스스로 판단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나서 청약과 주변의 구축 아파트 매매 중에서 어느 것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지 잘 판단해서 의사결정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부동산 투자 시작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주식투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주식 용어와 투자기법 때문에 초보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개인투자자로서 기

my-perspective.tistory.com

 

 

금리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5%에서 멈춰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5.5% 인 상황에서 한미 금리가 역전된 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한은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my-perspective.tistory.com

 

댓글